2026년 8월 기준 | 법무법인 여정 · 김혜경 변호사
북한에서 혼인한 부모님, 남한 등록부에 기록할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북한에서 유효하게 성립한 혼인이라면 남한의 가족관계등록부에 혼인 기록이 없어도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혼인 중의 자녀로 인정될 수 있고, 가정법원의 허가를 통해 등록부를 정정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2024스536 등록부정정 결정(2024. 6. 13.)에서 명확히 한 결론입니다.
이 글은 북한에서 출생해 남한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이 부모의 인적 사항을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바로 기록하려 할 때 어떤 법적 절차가 가능한지를 다룹니다. 한국전쟁 때 북한으로 끌려가 그곳에서 가정을 꾸린 아버지, 그리고 훗날 홀로 남한으로 내려온 아들. 분단이라는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 속에서 얽혀버린 가족관계를 법원이 어떻게 풀어냈는지, 구체적인 사실관계부터 대법원의 판단과 그 의미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전쟁 때 북송된 아버지, 아들은 왜 등록부 정정을 신청했나
이 사건의 신청인은 북한을 탈출한 뒤 2004년 11월경 서울가정법원의 취적허가를 받아 남한에서 호적이 편제된 북한이탈주민입니다. 취적허가란 기존 등록부가 없는 사람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새로 호적(현재의 가족관계등록부)을 만드는 절차입니다.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었지만, 정작 두 분의 출생연월일과 주민등록번호, 그리고 가문의 뿌리인 본(本)을 기재하는 란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신청인의 아버지(망인)는 1932년생으로 진주시에 본적을 두고 있었으나, 한국전쟁 당시 포로로 끌려가 북송되었습니다. 이후 아버지는 북한에서 어머니와 혼인하여 1958년에 신청인을 낳았고, 1987년 함경북도에서 사망하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남한에 정착한 신청인은 아버지의 제적등본을 찾게 되었고, 망인과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란 법률상 친자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법원의 판결로 확인받는 소송입니다. 신청인은 2019년 부산가정법원으로부터 "신청인과 망인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함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받았고, 그 판결은 확정되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신청인은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 중 아버지의 출생연월일(1932. 2. 15.)과 본을 정정해 달라고 가정법원에 신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제1심 결정과 항고심(원심) 결정 모두 신청인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혼인신고가 이루어진 적이 없으므로 신청인을 혼인 중의 출생자로 볼 수 없고, 인지에 의한 법률상 친자관계 발생 자료도 없기 때문에, 친생자관계존재확인 판결문만으로는 등록부 정정을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북한에서의 혼인은 남한에서 효력이 없는가
이 사건의 핵심 법적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북한에서 맺은 혼인관계의 효력 — 남한의 가족관계등록부에 혼인신고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북한에서 유효하게 성립한 혼인관계를 무효로 보고 그 자녀를 혼인 외의 출생자(혼외자)로 취급해야 하는가?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의 절차적 요건 — 부의 출생연월일과 본을 기록하는 중대한 사항의 정정을 위해, 확정판결(가족관계등록법 제107조) 외에 간이한 가정법원의 허가(제104조) 절차를 북한이탈주민에게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가?
원칙적으로 자녀의 서류에 아버지의 출생연월일과 본을 새로 기록하는 것은 친족법이나 상속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 제107조에 따라 엄격한 확정판결을 통해서만 정정할 수 있습니다.
혼인 중의 출생자, 즉 법률상 혼인관계에 있는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친생자관계존재확인 판결로 등록부를 정정할 수 있지만, 이 사례에서는 부모의 혼인 여부 자체가 판결로 확정되지는 않으므로 별도로 혼인 중의 출생자임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심이 신청을 기각한 이유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북한 혼인도 유효하고, 가정법원 허가로 정정할 수 있다
대법원은 원심의 획일적 판단을 뒤집고, 원심결정을 파기하여 사건을 부산가정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6. 13.자 2024스536 결정).
북한에서의 혼인관계도 유효하다
대법원은 "북한에서 혼인관계가 유효하게 성립하였으나 가족관계등록부에 그 혼인관계가 기록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그 혼인관계 중에 출생한 자녀가 혼인 외의 출생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언했습니다.
관련 특별법의 취지도 같은 방향이다
우리 법체계는 이미 북한에서의 가족관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나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은 북한에서 성립한 혼인관계의 효력을 인정하고, 그 혼인 중 출생한 자녀도 혼인 중의 자녀가 될 수 있다는 입장에 서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률들이 "남북관계 및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남북 주민의 신분관계의 여러 문제점이 가지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기록이 없다는 이유만을 들어 북한에서 이미 유효하게 이루어진 신분관계의 효력을 부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해석했습니다.
가정법원 허가에 의한 정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북한에서 맺어진 혼인관계는 현실적으로 남한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되기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또한 남한의 법원에 이 혼인이 유효하다거나 자신이 그 혼인 중의 자녀라고 직접 확인받을 수 있는 소송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며, 북한에서 유효한 혼인 중 출생한 자녀임을 주장하며 아버지와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 판결을 받은 경우, 북한에서의 혼인 성립 여부를 소명하여 가족관계등록법 제104조에 따른 가정법원의 허가 절차만으로도 등록부를 정정할 수 있는 법적 가능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결정은 형식이 아니라 가족의 실체를 존중했다
그동안 북한이탈주민들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 혹은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님과의 관계를 남한의 공적 장부인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바로 등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남북한의 시스템 단절로 인해 혼인신고 등의 행정적 요건을 갖추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서류상 혼인신고가 없다는 형식적인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북한에서 실제로 맺어진 혼인과 가족의 실체를 존중하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나아가 법 제도의 미비로 인해 자신의 뿌리와 아버지의 존재를 공적인 기록으로 남기지 못하고 고통받던 북한이탈주민들에게, 가정법원의 허가라는 현실적이고 유연한 구제 수단을 명시적으로 열어주었습니다.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역사적 현실 속에서 헌법상 보장된 가족생활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한 결정입니다.
출처: 대법원 2024. 6. 13.자 2024스536 등록부정정 결정 (파기환송) — 대법원 판례속보
자주 묻는 질문
Q. 북한에서 한 혼인은 남한에서도 법적 효력이 인정되나요?
A. 대법원 2024스536 결정은 북한에서 유효하게 성립한 혼인관계라면 남한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이 없더라도 그 효력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과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도 북한에서 성립한 혼인관계의 효력을 인정하는 입장입니다.
Q. 북한에서 태어난 자녀는 혼인 외의 출생자로 취급되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북한에서 혼인관계가 유효하게 성립하였다면, 가족관계등록부에 그 혼인이 기록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그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가 혼인 외의 출생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언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에서의 혼인 중에 태어난 자녀는 혼인 중의 출생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가족관계등록부에 부모의 출생연월일과 본을 새로 기록하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가요?
A. 원칙적으로는 친족법과 상속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므로 가족관계등록법 제107조에 따른 확정판결을 통해서만 정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북한에서 유효한 혼인 중 출생한 자녀가 친생자관계존재확인 판결을 받은 경우, 북한에서의 혼인 성립을 소명하면 같은 법 제104조의 가정법원 허가 절차만으로도 정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Q. 친생자관계존재확인 판결만 받으면 등록부 정정이 바로 되나요?
A. 이 사건의 제1심과 항고심은 부모 사이에 혼인신고 기록이 없어 신청인을 혼인 중의 출생자로 볼 수 없다며 판결문만으로는 정정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북한에서의 혼인 성립 여부를 소명하면 가정법원 허가로 등록부를 정정할 수 있는 법적 가능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보아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Q. 이번 대법원 결정은 북한이탈주민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남북한의 시스템 단절로 혼인신고 같은 행정 요건을 갖추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했던 현실을 직시하고, 서류상 형식이 아니라 북한에서 실제로 맺어진 혼인과 가족의 실체를 존중한 결정입니다. 부모의 존재를 공적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던 북한이탈주민에게 가정법원 허가라는 현실적인 구제 수단을 열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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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두고 온 가족의 기록을 남한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리는 일은 취적허가,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 등록부 정정 신청까지 여러 절차가 맞물려 있어 사안마다 준비할 소명자료가 다릅니다. 가족법·상속을 전문 분야로 하는 김혜경 변호사가 상담을 통해 상황에 맞는 절차를 함께 설계해 드립니다. 법무법인 여정 카카오톡 채널로 상담을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