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기준 | 법무법인 여정 · 김혜경 변호사
아이 데리고 잠적한 전 배우자, 면접교섭권은 박탈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자녀를 데리고 소재를 감췄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비양육친의 면접교섭권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이 2026년 7월 16일 선고한 2024므15467 판결이 확인한 결론입니다.
이 글은 이혼 과정에서 상대방이 자녀를 데리고 연락을 끊어,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 채 면접교섭을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비양육 부모를 위해 썼습니다. 면접교섭권이란 이혼 등으로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가 자녀와 만나거나 교류할 수 있도록 민법 제837조의2가 보장하는 권리이며, 비양육친이란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쪽의 부모를 말합니다.
소재 불명은 면접교섭을 배제할 특별한 사정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자녀와 양육친의 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사정만으로는 비양육친의 면접교섭권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면접교섭을 배제할 수 있는 근거는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이행가능성의 문제는 그러한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입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핵심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정법원은 원칙적으로 민법 제837조의2에 따라 부모와 자녀의 면접교섭을 허용하되,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당사자의 청구 또는 직권에 의하여 면접교섭을 배제할 수 있다." (대법원 2024므15467)
이는 소재 불명이라는 현실적 어려움 뒤에서 법적으로 보장된 면접교섭권이 사실상 영구적으로 박탈되는 결과를 막기 위한 판단입니다. 이행가능성만을 근거로 면접교섭권을 배제하면, 상대방이 소재를 숨기기만 하면 비양육친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언제든지 박탈당하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건이었나 — 공시송달 이혼과 사라진 아이
원고와 피고는 2013년 혼인하여 자녀 한 명을 두었고, 2018년 초부터 호주에서 거주했습니다. 그런데 원고는 2019년 9월 피고에게 알리지 않은 채 자녀를 데리고 한국으로 귀국했고, 이때부터 별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원고는 2020년 이혼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장은 피고의 호주 주소지로 보냈으나 송달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건은 공시송달로 진행되었습니다. 공시송달이란 상대방의 소재를 알 수 없을 때 법원이 서류를 게시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입니다. 1심법원은 2021년 10월 이혼을 인정하면서 피고에게 위자료 2,000만 원과 양육비 월 50만 원의 지급을 명했지만, 피고의 면접교섭에 관하여는 직권으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피고는 한국에 입국한 뒤 2024년 1월 1심 판결 정본을 발급받아 추후보완항소를 제기했습니다. 추후보완항소란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 기간을 지키지 못한 경우, 그 사유가 없어진 뒤에 제기하는 항소입니다. 피고는 항소취지에서 위자료 부분 취소와 함께 면접교섭권 행사를 명시적으로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원고는 이미 자녀와 함께 캐나다로 출국한 상태였습니다. 피고는 원고의 친모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등 소재 파악을 시도했지만 끝내 소재를 밝히지 못했고, 여러 차례 면접교섭 허용을 요청하는 서면을 제출했지만 반소나 반심판청구의 형식으로 면접교섭심판청구서를 별도로 제출하지는 않았습니다.
원심은 왜 거부했고, 대법원은 왜 뒤집었나
원심(항소심)이 피고의 면접교섭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자녀와 원고의 소재가 불분명하여 면접교섭의 구체적 일정과 방법을 정하기 어렵고 이행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둘째, 향후 별개의 재판절차에서 면접교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두 가지 판단이 모두 잘못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이행가능성만을 근거로 면접교섭권을 배제하면 상대방이 소재를 숨기는 것만으로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가 박탈되는 결과가 되고, 별개 절차를 이용하더라도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한 결국 같은 결론에 이른다면 그러한 이유 역시 면접교섭 배제의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면접교섭 배제 여부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나
대법원은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지 판단할 때 아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대법원 2021. 12. 16. 자 2017스628 결정 참조).
- 자녀의 연령·건강상태·의사
- 비양육친과 자녀 사이의 유대관계와 친밀도
- 면접교섭 청구의 의도와 목적
- 양육환경에 미치는 영향
- 아동학대 등 전력 여부
이 사건에서는 피고에게 아동학대나 현저한 비행 전력이 확인되지 않았고, 기록상 면접교섭을 허용하는 것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한다고 볼 사정도 없었습니다.
파기환송 — 이 판결이 남긴 것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면접교섭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파기환송이란 상급법원이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법원에 돌려보내는 것을 말합니다. 위자료 부분은 상고 없이 확정되었고, 오직 면접교섭 부분만 다시 심리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판결로 상대방이 자녀를 데리고 소재를 숨기는 상황에서도 비양육친의 면접교섭권은 법적으로 소멸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법원은 이행가능성의 문제를 이유로 면접교섭 자체를 배제하는 데 신중해야 하며, 단기적 부정적 요인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자녀의 복리는 이혼 후에도 양쪽 부모 모두와의 관계 속에서 보호되어야 하며, 법원은 막연한 현실적 어려움을 이유로 이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번 대법원 판결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방이 아이를 데리고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으면 면접교섭권을 포기해야 하나요?
A. 아니요. 대법원 2024므15467 판결에 따르면 자녀와 양육친의 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사정만으로는 비양육친의 면접교섭권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면접교섭은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배제될 수 있습니다.
Q. 법원이 면접교섭을 배제할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인가요?
A. 가정법원은 민법 제837조의2에 따라 원칙적으로 부모와 자녀의 면접교섭을 허용합니다.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당사자의 청구 또는 직권으로 배제할 수 있습니다.
Q.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지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A. 자녀의 연령·건강상태·의사, 비양육친과 자녀 사이의 유대관계와 친밀도, 면접교섭 청구의 의도와 목적, 양육환경에 미치는 영향, 아동학대 등 전력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대법원 2021. 12. 16. 자 2017스628 결정이 제시한 기준입니다.
Q. 면접교섭은 나중에 별도의 재판으로 해결하면 되지 않나요?
A. 대법원은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한 별개의 재판절차에서도 결국 같은 결론에 이른다면, 별도 절차로 해결하라는 이유 역시 면접교섭 배제의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Q. 이 사건은 결국 어떻게 되었나요?
A.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면접교섭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가정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위자료 부분은 상고 없이 확정되었고, 면접교섭 부분만 다시 심리를 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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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자녀를 데리고 연락을 끊었더라도 면접교섭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이 사건처럼 청구의 형식과 절차 단계에 따라 대응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상황을 가지고 상담을 통해 함께 해결 방향을 찾으시길 권합니다. 법무법인 여정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상담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김혜경 변호사는 가족법·상속·형사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법무법인 여정의 변호사로, 이혼소송과 면접교섭·양육 분쟁에서 15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뢰인과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