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기준 | 법무법인 여정 · 김혜경 변호사
가족관계증명서에 모르는 사람이 올라 있다면, 소송 선택부터 다릅니다
가족관계등록부의 친생자관계를 바로잡는 소송은 친생부인의 소,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 세 가지이며, 각각 적용 요건과 제소 기한이 완전히 다릅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만으로는 등록부가 정리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합니다.
이 글은 가족관계증명서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자녀나 부모로 올라 있는 것을 발견한 분, 반대로 분명한 내 핏줄인데 서류상으로는 남남인 분을 위해 썼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데, 많은 분들이 첫 단추인 소송 선택부터 잘못 끼웁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종류의 친생자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지 핵심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왜 유전자 검사만으로는 정리되지 않을까 — 친생추정의 원칙
먼저 알아야 할 개념이 친생추정입니다. 친생추정이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를 실제 혈연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남편의 자녀로 보는 민법상 원칙입니다. 민법 제844조는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나아가 혼인이 성립한 날부터 200일 후에 태어난 자녀와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태어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친생추정이 유전자 검사로 혈연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해서 자동으로 깨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명확히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이 강력한 추정 때문에, 가족관계등록부를 정리하려면 반드시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합니다.
친생부인의 소 — 친생추정을 깨야 할 때
친생부인의 소란 친생추정이 적용되는 자녀에 대해 법률상 아버지가 자신의 자녀가 아님을 주장하며 그 추정을 깨는 소송입니다. 혼인 중 아내가 다른 남성의 아이를 출산해 남편의 자녀로 등록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한입니다. 친생부인의 소는 부(夫) 또는 처(妻)가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제척기간이란 그 기간이 지나면 권리 자체가 소멸해 더 이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되는 법정 기간을 말하는데, 이 2년이 바로 제척기간입니다. 단순히 자녀의 출생을 안 날이 아니라, 친생자가 아닐 수 있다는 사유를 안 날부터 기산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유전자 검사로 친자가 아님이 명백해도 소송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이혼 후 300일 이내 출생자의 특례
2017년 민법 개정으로,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하여 전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받는 자녀에 대해서는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 외에 간이한 방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일정한 요건 하에 가정법원에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민법 제854조의2) 또는 인지의 허가 심판(민법 제855조의2)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혼 직후 출생한 자녀의 신분 정리가 필요한 경우라면 이 제도의 활용을 함께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 — 처음부터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을 때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는 친생부인의 소와 혼동하기 쉽지만, 적용 요건이 전혀 다릅니다. 친생추정은 동거의 결여로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미치지 않는 것으로 봅니다. 부부 중 한쪽이 장기간 해외에 체류했거나, 사실상 이혼 상태로 약 2년 이상 별거하던 중 자녀가 출생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반면 단순히 부부가 평소 별거했다거나 유전자 검사에서 혈연관계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사정만으로는 친생추정의 예외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즉, 유전자 불일치라는 사실 자체가 친생추정을 깨는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 소송을 이용하려면 단순히 혈연이 없다는 것을 넘어, 처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었음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을 입증해야 합니다.
허위 출생신고로 서류에만 부모·자녀로 올라간 경우, 예컨대 혼인 외 자녀를 친생자처럼 신고한 경우도 이 소송의 활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친생부인의 소와 달리 2년이라는 제척기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한 차이입니다.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 — 진짜 핏줄을 법적으로 인정받고 싶을 때
앞의 두 소송이 잘못된 관계를 지우는 절차라면,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는 진정한 친부모·자녀 관계가 실제로 존재함을 법원에서 확인받아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리는 절차입니다. 오랫동안 법적 부모 없이 살아온 분이 생부·생모와의 관계를 등록부에 올리고자 할 때, 또는 서류상 전혀 관계가 없는 두 사람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받고자 할 때 활용합니다.
다만 친생추정이 이미 미치고 있는 관계, 즉 법률상 혼인 중 출생자에 대해서는 이 소송 대신 친생부인의 소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가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현재 상황에서 어떤 소송이 가능한지에 대한 초기 판단이 중요합니다.
초기 진단이 소송의 승패를 가릅니다
세 소송은 이름과 목적이 비슷해 보이지만, 잘못 선택하면 각하되거나 아까운 기한만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특히 친생부인의 소는 사유를 안 날부터 2년이라는 짧은 제척기간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판단해야 합니다. 상황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혼인 중 태어난 자녀인데 내 아이가 아니다 → 친생부인의 소 (사유를 안 날부터 2년 기한 주의)
- 이혼 직후 300일 이내 출생, 간이하게 해결하고 싶다 →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 또는 인지의 허가 심판 검토
- 외관상 명백히 동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출생했거나 허위 출생신고를 정정해야 한다 →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
- 잃어버린 진짜 부모·자녀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 →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
내 상황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애매하다면, 서류를 정리하기 전에 반드시 전문가와 함께 정확히 진단받으시길 권합니다. 초기 진단 한 번이 이후 소송의 방향과 결과를 완전히 바꿔놓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전자 검사에서 친자가 아니라고 나오면 가족관계등록부가 자동으로 정리되나요?
A. 아니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9. 10. 23. 선고 2016므2510)은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가족관계등록부를 정리하려면 반드시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합니다.
Q. 친생부인의 소는 언제까지 제기해야 하나요?
A. 부 또는 처가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자녀의 출생을 안 날이 아니라 친생자가 아닐 수 있다는 사유를 안 날부터 기산되며, 이 기간이 지나면 유전자 검사로 친자가 아님이 명백해도 소송이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Q. 친생부인의 소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는 무엇이 다른가요?
A. 친생부인의 소는 친생추정이 적용되는 자녀에 대해 제기하며 사유를 안 날부터 2년의 제척기간이 있습니다. 반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는 동거의 결여가 외관상 명백해 처음부터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경우나 허위 출생신고의 경우에 제기하며, 2년 제척기간의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Q. 이혼한 뒤 300일 이내에 태어난 아이의 신분은 어떻게 정리하나요?
A. 2017년 민법 개정으로 마련된 간이한 절차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일정한 요건 하에 가정법원에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민법 제854조의2) 또는 인지의 허가 심판(민법 제855조의2)을 청구하면,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를 거치지 않고도 신분 정리가 가능합니다.
Q. 서류상 남남인 진짜 부모·자녀 관계는 어떻게 인정받나요?
A.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통해 진정한 친부모·자녀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친생추정이 이미 미치고 있는 관계라면 친생부인의 소 등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어떤 소송이 가능한지 초기 판단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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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변호사는 가족법·상속·형사를 전문 분야로, 15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혼·상속·신분관계 소송을 다루고 있습니다.